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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예술

손으로 느끼는 역사 – 박물관 감각 전시 콘텐츠 기획법

 

역사를 감각으로 전달하는 방식

박물관은 지식을 전하는 공간이지만, 그 전달 방식은 대부분 시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물은 유리관 안에 있고, 설명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으며, 만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시각 중심의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관람객을 고려한다면 감각을 중심으로 한 전시 설계가 필요하다. 손끝으로 만지고 피부로 감각하며 역사를 느끼는 감각 전시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깊은 이해로 연결될 수 있다. 박물관은 더 이상 보는 공간이 아니라,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감각 전시 콘텐츠의 구성 요소

감각 기반 박물관 전시는 실제 전시물의 모형을 직접 만지게 하거나, 질감 재현물과 향기, 온도, 소리 등을 활용해 역사적 장면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예를 들어 선사 시대 석기 유물을 본뜬 촉각 모형, 고대 의복의 질감을 재현한 섬유 재료, 조선 시대 부엌의 나무 바닥을 닮은 발판 등을 구성하여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지게 할 수 있다. 감각 콘텐츠는 단지 유물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의 환경과 감정, 분위기까지 함께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런 구성은 특히 어린이나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 관람객에게 깊은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기획 단계에서 고려할 점

감각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성과 접근성이다. 만질 수 있는 전시물은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내구성 있는 재료로 제작되어야 하며, 감각을 유도하면서도 과도한 자극을 피해야 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라면 점자 안내, 음성 설명, 안내 동선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또 공간 내 소음과 진동도 감각 몰입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시 기획자는 사전 감각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내용 구성에서는 단순한 유물 소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요소를 포함해 감각의 흐름과 역사적 감정이 연결될 수 있도록 연출해야 한다.

 

교육과 몰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감각 전시

감각 전시는 단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이해하는 과정은 모든 관람객에게 더 오래 기억되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손으로 느끼는 유물, 발로 밟는 재현 바닥, 귀로 듣는 역사적 배경음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 감정을 전달한다. 이러한 몰입형 전시는 관람자와 역사의 연결을 더욱 밀접하게 만들어준다. 감각을 활용한 콘텐츠는 아이들의 교육 효과를 높이고, 어른에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결국 감각 전시는 박물관의 가치를 한 단계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느끼는 박물관이야말로 진짜 교육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손으로 느끼는 역사 – 박물관 감각 전시 콘텐츠 기획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