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예술 비평 – 감각적 언어로 감상을 말하다

 

 

예술은 감상을 통해 완성된다. 그리고 그 감상은 곧 '비평'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 비평은 시각 중심 언어로 쓰여 있으며, 그 언어는 시각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예술을 어떻게 감상하고, 또 어떻게 비평할 수 있을까?
단순한 해설이나 설명이 아닌,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 작품을 만졌을 때의 울림, 질감에서 오는 감정 반응… 이것이 바로 시각 외 감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예술 감상의 또 다른 방식이다. 이 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예술 비평이 어떻게 가능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감각 기반 언어는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예술의 해석 방식 자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1. 시각 중심 비평의 한계

전통적인 예술 비평은 '본다'는 행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형태, 색상, 구도, 원근, 명암 같은 요소를 분석하며, 작품의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시각정보가 전제된 분석 도구이며 시각장애인에게는 거의 접근할 수 없는 해석 방식이다.

 핵심 한계

• 형식에만 집중한 해석
• 감정과 감각의 다양성 무시
• 비장애 중심의 언어로만 구성됨

 

2. 감각 기반 예술 감상의 구조

시각장애인들은 예술을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감상에서 비평까지의 전 과정을 감각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촉각 감상

• 손끝으로 형태와 질감, 굴곡, 온도 차이를 감지
• 감정을 자극하는 특정 재료의 느낌을 인지함
• 만지는 순서와 방식에 따라 감상 포인트 달라짐

 청각 감상 (인터랙티브 작품의 경우)

• 진동, 소리, 반응음을 통해 작품의 리듬과 감정 구조 해석
• 소리의 반복, 간격, 볼륨이 의미로 연결됨

 

3. 시각장애인의 예술 비평 언어는 무엇이 다른가?

일반 비평 언어감각 기반 비평 언어

"이 작품은 어둡다"	"이 질감은 조용하고 서늘해요"
"구성이 복잡하다"	"형태가 계속 꺾이고 울퉁불퉁해요"
"강렬한 색감"	"거칠고 날카로운 촉감이 인상적이에요"

 

 

 핵심 특징

• 비유와 감정 기반 묘사 중심
• 재료와 질감에 집중
• 해석이 아니라 경험으로 구성

 

4. 감각적 예술 비평은 예술을 어떻게 바꾸는가?

감각 기반 비평은 단순히 '장애인의 대안적 해석'이 아니다.
이것은 예술 자체를 보는 관점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언어다.

 예술가 입장

• 더 다양한 감각으로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음
• 작품을 만들 때 촉각, 청각 요소를 고려하게 됨

 관람객 입장

• 감상에서 '정보 해석'이 아니라 '감정 경험'을 중시
• 예술을 ‘공감각적 체험’으로 받아들이게 됨

 

5. 실제 사례 – 감각 비평을 시도한 전시

 사례 1. ‘촉감으로 읽는 그림’ (국립현대미술관)

• 시각장애인 관람객의 감상 기록을 바탕으로 촉각 감상문 전시
• "이 작품은 부드러워요. 그런데 안쪽이 약간 차갑고 조용해요."
  → 감정 중심의 묘사가 오히려 많은 비장애인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줌

사례 2. ‘Blind Critique Project’ (미국)

• 시각장애 비평가들이 촉각·청각 기반 작품을 직접 평가
• 기존 미술 비평 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평 프레임 제시

 

6. 감각 비평이 나아갈 방향

• 감각 중심 비평 언어 체계화 → 예술 교육에 활용
• 비시각 중심 예술 큐레이션 도입
• AI 기반 감각 비평 도우미 개발 (감각 묘사를 문장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 장애인 참여형 전시 비평 플랫폼 확대 (누구나 감상문을 기록하고 공유)

 

 

시각장애인의 예술 비평은 단순히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예술의 본질, 즉 감정과 감각의 해석이라는 근원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비평은 반드시 시각적 언어로 쓰일 필요가 없다.
손끝에서 시작된 감각, 마음속에서 느껴진 감정,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말들 등 이 모든 것이 바로 ‘예술 비평’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예술은 ‘어떻게 보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가?’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